2022 IMAGINATION BEHIND 0/1 

Gallery Daon

2022 허은영 개인전 Imagination Behind 0/1 (갤러리 다온, 2022. 8/23 - 9/8)

Eunyoung Heo, Solo Show at Gallery Daon 

0/1, 이면의 상상

인류는 마치 영원을 쥐여 줄 듯 눈부시게 도약하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과 세상에 대하여 끊임없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왔지만, 실재와 가상 세계를 성급히 구축한 이후 현대인들은 혼돈과 소외를 문제 삼을 여유도 없이 이제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그 복합적인 중간 지대에서 서식하기로 결정해버린 듯하다. 어느새 신체의 일부처럼 파고든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결정은 손쉽게 유보되거나 아예 소거되고 있고, 그 결정이 '내려진' 맥락의 평원은 망각 속으로 가라앉기도 한다.

 

나는 0과 1 사이, 그리고 그 너머를 상상하며 한 장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 이는 이분되는 모든 값들의 내부와 틈에서 솟아나오는 시각적 유희이며 그 의미를 들추는 몸짓이다. 인간의 삶과 사유와 기억을 망라하는 가치 체계를 지어가고 또 치유하는 일에 제 몫을 찾아나선 모든 이들을 위한.

Imagination Behind 0/1

 

Humanity has settled in the era of digital civilization taking incessant leaps toward the dazzling mirage of eternity. We have constantly asked existential questions about self and the world throughout history. Upon a hasty construction of simulated worlds and the reality to host them, however, modern day human seems to have decided as a species to reside in the complex zone that is ruled by both worlds - bearing no question to the chaos and alienation. Decisions to be borne by human are conveniently getting postponed or even eliminated on account of artificial intelligence acting like a part of human body, and the plain of contexts in which certain decisions were made tend to sink into the oblivion.

I draw piece by piece imagining what may be between 1 and 0, and beyond. It is a visual play devised by all values ever served in dichotomy; a dance to unveil the very essence of them and the space between them — For all of those who move in pursuit of one's own post building and mending the chain of values that harbors human life, reason, and memory.

0과 1을 생각해 본다. ‘있음/없음’, ‘채움/비움’, ‘흐름/멈춤’, ‘기억/망각’과 같이 상반되는 의미나 상태로 향하는 과정에는 서서히 또는 역동적으로 밀쳐내고 끌어당기는, 변화무쌍하게 흐르다 멈추며 진동하는 매혹적인 중간 지대가 있다. 거기서 끊임없이 생동하는 0과 1의 내면을 상상하며 그 이야기에 마음을 연다. 0인 것과 1인 것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0이기도 하고 1이기도 한 순간과 존재를 읽어내고 기억하고 또 기록하는,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애초의 질문과 다시 마주치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Consider 0 and 1. Between two contrary meanings or states such as 'presence/absence', 'filled/empty', 'go/stop', 'remembered/forgotten', lies an enticing middle ground that pushes and pulls gently and vigorously, in a state of flux and a halt, reverberating capriciously. There, I picture the inner side of such dynamic 0s and 1s and open my mind up to their stories. And there, as who can see and imagine something that is 0 and 1 at the same time, as thinking humans who read, remember, and record the moments and beings that are both 0 and 1, we encounter the original question again: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and where are we going?

Binary conversion of the topic sentences at E-Witness.jpg

Binary conversion of key sentences from the exhibition E-Witness

embossing sculpture on metal plate, 20.7x20x1cm, 2018

metal plate sculpture detail.jpg

Thoughts on 0/1

Techne Grey (자유기고가)

seed:

계시적으로 선포되는 시작도 절대적이며 영원한 종말도 없는, 끝모를 하나의 세계에서 삶과 죽음은 반복된다. 존재중인 하나의 생명에게 하나의 자릿수가 주어진다.

 

proceed:

나와 너는 순간순간 0 또는 1로밖에 존재할 수 없다. 각각의 상태는 보는 이에 따라 달리 기록되고 기억될 수 있다.

구성원들 각자가 내보이는 0과 1의 조합이 순간 순간의 그 공동체를, 도시를, 사회를, 국가를, 세계를 정의할 수 있다.

당신에게 주어진 자리를 채워 당신의 모습을 대변했던 0과 1들은 모여 천천히, 당신 삶의 구와 절로 엮일 수 있다.

 

concede:

그 구절들을 한켠에 또한 바탕/맥락 삼아 기계는 움직이고 무대는 잠들지 않는다. 경계가 불분명한 이 세계는 지속된다. 인간과 인간 문명의 종말 후에도 존속한다. 우리가 삶과 죽음으로써 남긴 흔적은 이 확장하는 우주의 좁은 구석에 유/무형의 데이터로 남는다.

0과 1이 집적되며, 늘어나는 차이의 조합은 그 사이에서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의미와 여정의 맥락을 확장시키며 메모리칩에 기록된다. 이 실로 아름다운 가능성의 숲은 복제와 답습을 반복하며 열화되는 가능성의 늪이기도 하다. 스크린이라는 눈부신 황무지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Verify you’re human”이라는 지시문을 마주하고,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지를 고르고 숫자를 입력한다. 

컴퓨터도 인간도 하드웨어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물리적 실존을 통해 흔적을 남긴다. 구분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짓고 분류하는 존재로 고도-진화한 인간이 자신과 닮은 것을 창조한 것이다. 반복되는 계산을 훌륭하게 수행해내기 위해 발명된 이 매체는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더 많은 것을 보고 또 알 수 있는 시대를 열어주었다. “보이는 세계”가 속속들이 지어졌고, 나날이 늘어가는 스크린 속 각각의 세계는 여러 차원의 세상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간의 삶에 효능감을 더하기도 한다.

이 세계의 끝모를 확장은 축복인가?

보이는 세계 속의 인간은 노출되지 않거나 나의 이미지와 서사가 무언가에 의해 축약되고 마는 것을 종말보다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스크린이 있어야만 연결될 수 있는 세계에서 존재의 의미를 잃을 것에 대한 지독한 두려움에 표류하지 않고자, 내가 어떻게 보이고 읽힐지를 관장하려는 — 나아가 “나를 읽는 법"을 지도편달하려는 욕심에 압도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부여하는 의미를 입고 더해지는 시간의 무게와 관련없이 모든 인간은 순간순간 또 하루하루를, ‘자신'이라는 정보 총체의 파편이자 세상과 인류에 대한 파편적 정보의 일부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때이르게 수용하고자 한다. 보이는 세계로부터의 퇴로가 이끄는 곳은 망각이 아님을 믿고, 나의 “보일" 모습을 “제출”하려 하는 조바심과 불안의 회로를 개방해 둔다. 이는 믿음의 도약과도 같이 실재하는 존재들에 대한 눈먼 신뢰를 회복해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